Time to go now :: 2008/09/04 10:11
수요일부터 시작되는 강의 일정이 다음주 월요일로 연기가 되어 무작정 여행을 왔어요. 마음을 추스리지 못해 걱정을 했는데 이렇게 일정이 미뤄져서 참 다행이네요. 약간의 여유를 틈타 살짝 가벼운 마음으로 바람을 쐬러나와 현재 강릉입니다. 더웠던 여름이 언제였는지도 모르게 바닷바람이 제법 쌀쌀하네요. 9월이라 그런지 사람도 얼마 없고 청량한 바람과 푸른 바다만이 저를 반겨주네요. 밤까지 한가롭게 바닷가를 산책하니 답답했던 마음이 시원해지는 느낌이라 정말 좋네요.
혼자 오는 여행의 장점은 생각할 시간이 많다는 거에요. 물론 서울에 있어도 생각할 시간은 많지만 뭔가 부정적인 방향으로만 나아가는데 반면 혼자 여행을 떠나오면 긍정적이고 발전적인 방향으로 생각을 하게 되어 종종 아무 계획없이 이렇게 훌쩍 떠나오곤 해요.
저는 시험준비를 하고 있어서 그런지 사람을 만날 때 좀 신중한 편이에요. 공부하다보면 힘들고 외롭잖아요. 예전에는 어디 기댈 곳이 생기면 나약하게 기대고 그랬어요. 그런데 그게 잘 안풀리면 오히려 공부에 방해로 돌아오더라구요. 후유증도 굉장히 오래가고요. 그래서 언젠가부턴 내가 단순히 외로워서 그런 것인지 아니면 진짜로 마음이 가는 것인지 좀 오래 지켜보고 판단하게 되었죠. 그런데 그게 상대방에게는 굉장히 긴 시간인가봐요. 내 마음을 서서히 드러내고 다가가려하면 이미 상대방은 멀어져있죠.
여튼 내가 바라는 관계는 그저 단순히 서로에게 마이너스만 아니면 되는 그런 관계에요. 연애란게 그리 대단한 것은 아니지만 좋은게 좋은거라고 그래도 서로에게 발전적인 방향이 되면 좋잖아요. 그런데 이번에는 그런 것도 모르겠고 마냥 좋았어요. 더울 때 아이스 커피를 함께 마실 수 있고, 힘들어할 때 서로 등을 토닥일 수 있고, 한참을 기다려도 버스가 오지 않는 버스정류장에서도 손을 꼭 잡고 웃을 수 있는 그런 자연스러운 관계가 되고 싶었는데..
여행을 오면서 하루키 산문집을 한 권 들고 왔는데 밤새 읽다보니 마음에 와닿는 부분이 있네요. 한 번 옮겨볼게요.
사랑은 바람이다.
분명히 불어오는 것을 느낄 수 있지만
잡으려고 하면 손가락 사이로 빠져나가는
마음이란 사용하는 것이 아니다.
마음이란 그냥 거기에 있는 것이다.
마음은 바람과도 같아서
당신은 그 움직임을...
느끼는 것만으로도 좋은 것이다.
그래요. 맞네요. 그것만으로도 충분히 좋았으니 고마운 일이지요.


